반려식물과 심리학:병원·요양시설 원예치료 세션 프로토콜
‘반려식물과 심리학: 병원·요양시설 원예치료 세션 프로토콜’은 단순한 원예 활동을 넘어서 정서적 회복과 인간관계 회복이라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중요한 분야다. 고령화와 함께 병원 및 요양시설에 장기 입소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우울, 외로움, 상실감 같은 복합적인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약물 처방만으로는 충분한 정서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바로 이 지점에서 반려식물을 통한 원예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반려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꾸준한 돌봄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계 형성 과정은 환자 또는 노인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제공하며, 치유 중심 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원예치료의 심리학적 원리와 효과를 분석하고,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세션 프로토콜을 단계적으로 제시하여 실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1. 원예치료의 심리학적 기초와 반려식물의 역할
원예치료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심리학적 중재의 일환으로, 인지·정서·행동·사회적 영역 전반에 걸친 회복과 강화가 목적이다. 특히 반려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는 환자에게 심리적 안전기제로 작용하며, 무의식적 불안과 긴장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람은 생명 있는 존재와 상호작용할 때 본능적인 교감 욕구를 충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식물은 언어 없이도 감정을 받아주는 ‘정서적 수용체’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식물의 시들음은 ‘누군가가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암시하며, 이는 심리적으로 자기 효능감과 존재 의미 회복에 기여한다. 이런 측면에서 원예치료는 인지행동치료, 감각통합치료, 정서중심치료 등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도 연계될 수 있다.
또한, 우울 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매 초기 환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식물의 성장을 관찰하며 불안을 완화하고, 정기적인 돌봄 루틴을 통해 하루의 리듬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자극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전반적인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2. 병원·요양시설에서의 원예치료 세션 구성 요소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는 반려식물을 통한 원예치료를 계획할 때 단순히 ‘식물을 키운다’는 개념을 넘어, 치료적 요소가 내포된 활동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① 대상자 맞춤형 세분화
모든 환자나 입소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개인의 인지 수준, 정서 상태, 질병 단계에 따라 맞춤형 활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치매 초기 대상자에게는 시각적 자극이 강한 꽃식물이 효과적이며, 우울증 대상자에게는 관리가 쉬운 다육식물이나 허브류가 적합하다.
② 단계별 목표 설정
프로그램은 단발성 활동이 아니라, 단계적 목표 달성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단계(적응기)에서는 식물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2단계(참여기)에서는 주기적인 돌봄과 관찰을 수행하며, 3단계(통합기)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식물과 연계해 표현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③ 정서 표현 도구의 활용
그림일기, 감정 카드, 색깔 연상 활동 등을 활용하면 내면의 감정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물을 주고 식물을 보는 것을 넘어서, 식물에 말을 걸기, 나의 하루를 이야기해주기 같은 정서 중심 활동을 유도하면 효과가 높아진다.
④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연계
원예치료는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그램과 연계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계절별 식물 교체 프로그램, 텃밭 확장, 가족 참여 활동 등과 연계하면 참여자의 동기 유지와 효과 지속이 가능하다.
3. 실제 적용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 제안
이제부터는 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실제 운영 가능한 4주간의 원예치료 세션 프로토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각 회기는 명확한 심리학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간호사·치료사·요양보호사가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주차] 반려식물 입양 및 상호작용 시작
- 활동: 식물 선택, 이름 짓기, 나만의 화분 꾸미기
- 효과: 자율성 확보, 심리적 소유감 강화, 치료적 애착 형성
- 팁: 식물에 이름표 달기, 오늘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기
[2주차] 오감 자극을 통한 감정 조절 훈련
- 활동: 식물 만지기, 물주기, 냄새 맡기, 잎 닦기
- 효과: 감각 자극으로 인한 긴장 완화, 신체 활동 자극
- 팁: 다양한 질감의 식물 활용(부드러운 잎, 향기 나는 허브)
[3주차] 관찰 기록 및 감정 일기 연계 활동
- 활동: 식물의 변화 기록, 그림 일기 작성, 감정 색깔로 표현
- 효과: 감정 인식 능력 향상, 일상 관찰력 회복, 자기표현 강화
- 팁: 비말 노트 활용, ‘오늘 내 식물에게 하고 싶은 말’ 쓰기
[4주차] 회고, 공유, 지속 가능성 탐색
- 활동: 활동 소감 나누기, 식물 성장 발표, 가족과 공유하기
- 효과: 성취감 부여, 사회적 소속감 형성, 정체성 회복
- 팁: 사진 촬영 후 ‘나와 내 식물 이야기’ 엽서 만들기
이 프로토콜은 ‘정서적 안전성’과 ‘자기 주도성’을 기반으로 하며, 특히 치매 초기 환자나 우울증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4주 이후의 확장형 프로그램(예: 공동 텃밭 조성, 반려식물 전시회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반려식물, 정서적 동반자에서 치유의 도구로
‘반려식물과 심리학: 병원·요양시설 원예치료 세션 프로토콜’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정서적 회복과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심리치료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식물과의 꾸준한 상호작용은 신체 활동은 물론, 감정 표현, 사회적 관계, 일상 루틴 회복까지 다양한 심리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앞으로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반려식물을 활용한 치료는 비약물적 정서 치료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며, 그에 따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고령화 시대에 요구되는 실질적 심리치유 방식이다. 반려식물은 ‘내 곁의 생명’으로 존재하며, 그 생명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돌보게 된다.